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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BICian’s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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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호] 1장의 미학, 대관 문서 작성하기!
  • 작성자 진태은 (KOBIC 책임기술원)
  • 작성일2025-05-05 00:00:00
  • 조회수244

필자는 석·박사 및 기업연구소 생활을 통해 많은 글을 써왔다고 생각했지만, 2012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입사하여 막상 대관(정부와 원활한 소통을 위해 필요한 업무) 문서를 작성하려니 막막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2017년경 출판된 대통령의 글쓰기(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에게 배우는 사람을 움직이는 글쓰기 비법)’라는 책을 제외하면, 아래에 보인 대관 문서의 양식이외에는 문서를 어떻게 작성하면 은지에 대한 책이나 가이드를 찾기는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이에, 필자가 장 익숙한 분야이기도 하면서 대관 문서 글쓰기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에게 움이 될 수 있는 글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여 이번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서 작성의 양식>

 

처음 과기정통부에 보고할 문서를 작성할 때, 선배님들은 개조식으로 1~2장 내에 간략하게 작성해야 한다’, ‘신문 사설 등을 많이 읽고 벤치마킹을 해라등의 막연한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실제 주변에서 대관 문서 작성법에 대해 이야기할 때고, 양식을 이야기하는 것 말고는, 친절하게 설명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어떤 문서가 잘 작성된 문서인지는,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곳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좋은 파워포인트 만드는 법에 대한 교육을 들어보면, 가장 강조하는 것이 청자의 수준에 맞는 프레젠테이션인 것 같습니다. 이는 대관 문서에도 동일하게 작용됩니다. 문서를 읽게 되는 부처의 사무관, 과장, 더 나아가 장차관이 작성자의 의도를 쉽게 이해하고, 본인도 그 문서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는 문서가 잘 작성된 문서인 것 같습니다. 이는 기업이나 기관의 보고문서에도 일하게 적용됩니다. 부처의 장관, 기업의 대표들은 하루에도 수많은 보고를 받고, 의사결정을 해야 하기에 한정된 시간 안에 결정하는데 필수적인 내용을 쉽게 듣고, 이를 바탕으로 결정할 수 있기를 원합니다. 말은 쉽지만, 실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좋은 발표자료는 청중의 눈높이에서 듣는 사람이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고 합니다. 이는 좋은 글쓰기에서도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정부부처 보고문서는 중학교 1~2학년 수준으로 작성되어야한다고 하는데, 이 말에 정답이 있습니다. 듣는 사람이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경우에는 청자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작성해야 합니다.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작성자 본인도 모르겠고, 불필요하게 분량만 많은 문서는 어디에서도 환영받기 어려울 것입니다.

다만, 보고문서는 단순한 보고를 위한 문서냐, 결정을 요하는 문서냐에 따라, 식과 내용이 달라져야 할 것입니다. 각각의 문서는 지나치게 길게 작성할 필요는 없으며, 필요하다면 상세한 내용은 문서 뒤에 붙임(문서의 본문에 포함되지만, 내용 상 가적인 자료로 붙여놓은 것) 또는 별첨(본문과는 별도로 첨부되는 자료)으로 제시하면 좋습니다. 특히 결정을 요하는 문서는 2~3가지의 제안과 함께 각각에 대한 장단점을 설명하면 일 좋은 문서로 생각됩니다. 이러한 방식의 문서 작성은 본인이 보고를 받고 결정해야하는 상황에 닥치게 되면 효용성을 바로 느낄 수 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정된 분량에서, 남들에게 설명하기 좋은 문서는 구조화가 잘된 문서일 것입니다. 시계열이든, 중요도에 따른 서술식이든, 서론-본론-결론이든 일정한 원칙과 조를 가지고 작성된 문서는 본인도 이해하기 쉽고, 남에게 설명하기도 좋을 것입니다. 본인이 작성한 문서를 시간이 지난 후에 읽었을 때 바로 이해가 되고 보고를 진행할 수 있으면 잘 작성된 것으로 판단하고, 무슨 내용을 하고 싶었는지 이해가 어려우면 잘못 작성된 문서라고 생각합니다. 10년 이상 대관 문서를 작성해왔지만, 과거의 문서를 보면 창피할 때가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숨겨진 진실(?)을 이야기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과기부의 문서를 보면, 문서 처음에 위치하는 헤딩의 색깔을 보신 적이 있을 텐데요. 가끔 대관 문서를 자주 작성하는 분들은 기존 문서의 양식에서 내용만 고쳐 넣는 방식으로 문서를 작성하다 보니 정부마다 헤딩의 색깔이 다르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정권이 바뀌면서 부처의 이름이 바뀌고, 그에 따라 부처 로고의 색깔이 변경되어 왔는데, 정부 부처의 로고가 통일된 후에는 정권의 대표색깔을 반영하여 헤딩 색깔이 변해왔습니다. 다만, 문서를 작성하는 주체인 부처 또는 기관별로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자체적인 헤딩 무늬와 색깔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음은 시기별 과기정통부 문서의 해딩의 변천사인데, 재미로 봐주세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서의 헤딩 색깔의 변천사>

KOBICian’s story는 KOBIC 멤버가 직접 작성하는 현장감 넘치는 글로서 KOBIC의 업무 방향이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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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평소에 글 쓰는 것을 매우 좋아합니다. GenoGlobe.com이라는 개인 도메인 하위의 블로그위키에 꾸준히 글을 올리고, 원고를 써 달라는 부탁이 들어오면 거의 거절하지 않습니다. KOBICian’s Story를 운영하면서 가끔 다음번 투고자를 찾지 못했을 때, 제가 자발적으로 글을 써서 등록하기도 합니다. 원래 매주 월요일 아침 회의 때에 몇 주 뒤의 투고자를 선정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출장이나 연휴 등으로 회의를 거르게 되면 다음번 글 쓸 사람을 미처 선정하지 못하는 일이 가끔 벌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재미는 없겠지만 올해의 남은 기간 동안에는 사다리타기를 하여 투고 순서를 무작위로 배정할 예정입니다. 사정이 생겨서 서로 합의하여 순서를 바꾸는 것에 대해서는 자유입니다.

모든 사람이 글쓰기를 즐기는 것은 아닙니다. 개학을 며칠 앞두고 글짓기 숙제를 하느라 고생한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주제가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더욱 힘이 듭니다. 글쓰기를 즐기는 저라고 해서 늘 글감으로 장전된 상태는 아닙니다. 최근 들어서는 정성을 들여서 약간 긴 분량의 글을 쓸 일이 많았습니다. 이럴 때 ChatGPT라는 출중한 도구를 써서 글쓰기를 맡겨보고 싶은 충동이 전혀 들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ChatGPT 시대의 글쓰기」라는 제목으로 공백 포함 2,600자 정도의 에세이를 써 줘”라고 명령을 해 보십시오. 제가 얻은 결과물은 제 블로그에 소개해 두었습니다(링크).

어떻습니까? 주제만 잘 정해서 제시하면 작업물 그대로 KOBICian’s Story에 올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멋진 글이 한 편 나왔습니다(순번이 되었을 때 무슨 글을 써야 할지 고민하지 말고 이렇게 하시라고 권장하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초안을 다듬거나 분량을 조정할 때에는 분명히 도움이 됩니다). 인공지능은 최종적으로 검증을 한다는 전제 하에 사실 관계를 확인하거나 어떤 주장에 대한 근거를 찾는 데에는 일반적인 검색보다 무척 편리합니다.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이에 맞추어 논리를 전개해 나가도록 글쓰기를 요청해도 아주 잘 들어 줍니다. 예를 들어 ‘오픈 사이언스는 성배처럼 숭고하다’, ‘오픈 사이언스가 정말 성배처럼 숭고한가?’, ‘오픈 사이언스는 공허한 레토릭에 불과해’-그 어느 것으로든 가능합니다. 심지어 오픈 사이언스에 대한 20단어짜리 궤변을 써 보라 했더니, 이런 답을 합니다. 

- 오픈 사이언스는 모두를 위한 것이지만, 그래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장 민주적인 기만이다.
- 오픈 사이언스는 투명하다고 하지만, 정작 보이는 건 빈 저장소와 엑셀 표 속 예산 보고서뿐이다.
- 오픈 사이언스는 모두를 위한 것이라 주장하지만, 책임질 사람은 없고, 공은 늘 기관장 연설문으로 흘러 들어간다.

ChatGPT 4o Canvas라는 곳으로 작업 환경을 옮기면 마치 대화를 하면서 협업하며 글을 쓰는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이 일상의 모든 곳에서 스며들고 있으니, 글쓰기 분야라고 해서 이를 배척할 이유는 없습니다. 특히 효율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단지 제출 기한만 맞추면 되고 제출 후에는 아무도 읽지 않을 것 같은 글을 써야 할 때 ChatGPT를 이용하면 더욱 좋을 것만 같습니다. 결과물의 완성도는 분명히 더 높아지며, 이렇게 하여 절약한 시간에는 더욱 가치 있고 창의적인 일에 매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늘 문서를 생산하는 조직 안에서는 ‘이봐, ChatGPT 아직도 안 쓰나? 시간도 없는데 원고 좀 대충 다듬어서 가져와 봐’라는 말을 일상적으로 하게 될 것이고, 우리가 접하는 글은 외견상 수준이 점점 높아질 것입니다. 그러나 그 글이 외부로 나가게 될 때에는 과연 ChatGPT의 도움을 받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요? 체중 감량에 성공한 할리우드 스타들이 위고비를 사용했다고 공개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과 비슷할 것입니다.

인터넷 덕분에 쉽게 자료를 찾게 되었을 때 이를 비판하는 사람이 있었다고 합니다.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인터뷰를 하거나 도서관을 뒤지지 않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키워드 몇 개를 넣어서 쉽게 자료를 찾는다면 그것은 올바르게 조사하는 자세가 아니라고. 아마 전화기가 처음 발명되었을 때에도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요? 직접 찾아가서 용건을 전해야지, 최신 기술이랍시고 이렇게 편하고 게으르게 대화를 하려 하면 되겠느냐고요. 지금은 아무도 이런 것을 가지고 비난하지 않을 것입니다. 기술 거부는 어느 시대에나 있었습니다.

결국 진정성의 측면에서 늘 고민이 따르게 됩니다. 그 진정성의 방향은 늘 공평하지도 않습니다. 제가 하는 숙제에는 ChatGPT를 이용해도 좋고, 남이 해서 나에게 내는 숙제는 정성을 들여 쓴 것이기를 바라는 양가감정을 가진 것은 아닐까요? 지브리 스튜디오 스타일로 사진 바꾸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였는지 우리는 잘 압니다. 진실이 아님을 서로가 다 알고 있는 상태에서는 오히려 논란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진실 혹은 진정성을 기대하는 곳에서는 그렇질 못합니다. 그 누구도 효율을 이유로 자동응답기와 상담하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인류 문명에 한번 등장하여 대다수가 그 편리함을 맛보게 된 기술을 이제는 거부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논란을 너무 오래 하는 것도 현명하지 못합니다. 새로운 도구를 잘 활용하여 더 나은 일을 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사회가 새로운 기술을 완전히 수용할 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은 새로운 기술을 빨리 습득한 사람이 더 앞서가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5년이나 10년이 지난 뒤 사회가 어떻게 변해 있을지 상상해 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ChatGPT가 제안하고 자동 생성한 인포그래픽>

 

  • 작성자정해영
  • 작성일2025-05-19
  • 조회수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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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KOBIC)에서 바이오 데이터 수집 업무를 수행하면서, 국내에서 매우 다양한 바이오 R&D 과제들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작년 12월에 발간한 2023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조사·분석 보고서(링크)에 따르면, 정부 전체 R&D 사업 가운데 신규 과제는 26,050, 계속 과제는 45,754개로 집계되었습니다. 이 중 생명과학 분야는 전체의 3.8%, 즉 수천 건에 달하며,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범부처 바이오·의료 데이터 사업만 하더라도 수십 개 이상 운영되고 있습니다.

 

특히 개인 연구가 아닌, 여러 기관이 참여해 국가 전략적 사업을 공동으로 수행하는 경우 대형사업단이 운영되기도 합니다. 대형사업단은 개인 과제보다 규모가 크고, 투입되는 예산도 많으며, 생산되는 데이터 역시 복잡하고 방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KOBIC은 이들 사업단과의 데이터 등록 협력을 중요한 과업 중 하나로 보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예산이 투입된 대형사업단의 데이터를 국가 바이오 데이터 스테이션(K-BDS)에 연계하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한 연구단의 데이터를 등록하기 위해 수개월에 걸쳐 여러 차례 회의를 이어가는 경우도 있고, 기술적 요건과 법적 해석을 동시에 검토해야 하는 상황도 자주 발생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칠 때마다 저는 KOBIC이 단순한 데이터 등록기관이 아니라, 연구자·기관·정책을 잇는 데이터 생태계의 다리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물론 이러한 연계 작업이 항상 성공적인 것은 아닙니다. 특히 사업 종료 시점에 이르러서야 데이터 관리의 중요성을 뒤늦게 인식하는 경우, 현실적인 제약들예를 들어 데이터 관리자 부재, 법적 제한, 사업단의 소극적인 태도, 실무자 이직 등로 인해 데이터 연계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단순한 시스템 개선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고, 근본적으로는 제도 설계와 데이터 문화에 대한 공감이 병행되어야 해결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희망적인 변화의 조짐도 보입니다. 몇몇 사업에서는 과제 기획 단계에서부터 K-BDS 연계를 고려하고 있으며, 일부 신규 사업들은 공고문에 K-BDS 데이터 등록을 주요 과업으로 포함하여 선정 과정에서부터 계획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기획 초기부터 데이터 연계와 활용을 염두에 두고 출발한 사업이라 하더라도, 성공적인 연계를 위해서는 사업 기간 내내 유기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합니다. 또한 사업단에서 생산되는 데이터는 정해진 목적과 전략적 설계에 따라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 가치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해당 사업단의 성격과 배경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최근 데이터를 보다 활발히 활용할 수 있도록 K-BDS 게시판에 등록데이터 소개(링크)콘텐츠를 게시하고 있으며, 이를 K-BDS 뉴스레터(링크)BRIC(링크)을 통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코너에서는 개인 연구 과제 또는 사업단의 데이터가 왜 만들어졌고, 어떤 방식으로 수집되었으며, 향후 어떤 연구에 활용될 수 있는지를 연구자의 목소리로 풀어내어 생동감 있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BioProjectBioSample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데이터의 사연을 접할 수 있어 한 번 더 관심이 가게 됩니다. 이는 K-BDS가 단순한 데이터베이스나 저장소에 그치지 않고, 데이터를 여러 연구자에게 연결하여 활용도를 높이려는 시도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실무자로서 저는 여전히 걱정이 앞섭니다. 수십 개에 이르는 사업단을 개별적으로 찾아가 연계 협의를 진행하기에는 현재의 KOBIC 구조와 인력만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합니다. “어떻게 해야 이 많은 사업단과 효율적으로 데이터를 연계할 수 있을까?”, “사업단마다 제각기 다른 특성과 상황을 고려해 체계를 잡으려면 어느 정도의 자원이 필요할까?”, “데이터 등록을 지원하려면 어떤 방식이 효과적일까?” 하는 고민이 머릿속을 맴돕니다. 더욱 체계적인 운영 구조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누군가는 좋은 데이터를 확보하려면 아예 처음부터 잘 설계하여 새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하고, 또 누군가는 이미 만들어진 데이터를 잘 모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어떤 데이터든 다른 연구자들에게 연결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사이에 다리를 놓고 이어야 합니다.

 

데이터를 등록하고 연계하는 과정은, 결국 데이터 생태계를 잇는 다리를 놓는 일입니다. 

저는 지금, 그 다리 위에 서 있습니다.

<다리를 놓는 사람들 KOBICians! 

(출처: ChatGPT를 통해 생성)

 

 

 

  • 작성자김상옥
  • 작성일2025-05-11
  • 조회수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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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바이오 데이터를 통해 질병을 예측하고, 개인 맞춤형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정밀의료 시대를 앞당기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밀의료의 핵심은 바이오 데이터입니다. 그러나 데이터를 수집하고, 등록하고, 분석해 활용하는 전 과정이 매끄럽게 이어지기란 쉽지 않습니다. 규제가 지나치게 복잡하거나, 해석이 제각각이어서 오히려 혁신이 멈추는 경우도 많습니다.

 

K-BDS 플랫폼을 운영하다 보면 이러한 현실을 자주 마주합니다. 플랫폼을 개발하려 해도, 데이터를 등록·활용하려 해도, 기관마다 다른 해석과 절차로 인해 진행이 되려다가 멈추는 일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 한 연구자가 연구계획을 수립하여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의 심의를 통과하고 이에 따라서 유전체 데이터를 수집하였지만, 막상 플랫폼에 등록하고 활용을 촉진하려 해도 법령 적용 해석이 달라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데이터는 있어도, 어떻게 다뤄야 할지 기준이 엇갈리니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개발도 마찬가지입니다. 연구 목적의 플랫폼을 구축하려 해도, 공공 시스템 수준의 보안 인증, 망 분리, 시스템 문서화 기준이 똑같이 적용됩니다. 이런 절차는 본래 국민 생활과 직결된 행정 서비스를 위한 기준이지만, 실험적 시도와 유연한 테스트가 중요한 연구 플랫폼에까지 동일하게 적용되면, 개발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이런 기준들은 원래 행정 정보시스템을 위한 것으로, 연구 환경에는 맞지 않는 과잉 설계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미국과 같은 나라들은 데이터의 민감성을 인정하면서도, 활용을 전제로 설계된 시스템을 운영합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유전체 데이터를 비롯한 인체유래 데이터를 비식별 처리한 뒤, 연구 목적에 따라 조건부로 공유합니다. 연구자는 데이터 사용 신청서를 제출하고 승인을 받으면,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에서 직접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기관 간 해석이 엇갈리지 않도록 일관된 가이드라인이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Common Rule(공통 윤리 규정, https://www.ecfr.gov/current/title-45/subtitle-A/subchapter-A/part-46)IRB 기준, 데이터 공유 범위, 민간 협력까지를 포괄하며, 연구기관과 정부기관 모두 이 기준을 따릅니다. 국내에서는 부처나 기관별로 제도 해석에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어, 동일한 데이터를 두고도 적용 방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은 데이터 활용의 일관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정비의 필요성을 시사합니다.


개발 측면에서도 미국은 목적에 따라 요구사항을 조절합니다. 실험적 연구 플랫폼에는 보안 인증 요구 수준이 낮고, 대신 투명한 사용기록, 데이터 추적성 등 실질적인 안전 장치에 더 집중합니다. 한국은 어떤 목적의 시스템이든 동일한 망분리, DRM 적용, 보안 프레임워크 준수 등을 요구해 개발 속도와 유연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과 대비됩니다. 또한 해외처럼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에서 데이터를 직접 분석하고자 해도국내에서는 이러한 환경을 구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예를 들어국내 공공기관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CSAP(Cloud Security Assurance Program) 인증을 반드시 받아야 하며이는 사실상 일부 국내 기업만이 충족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보안과 안전이라는 명분 아래 해당 인증 요건을 고수할 경우글로벌 클라우드 기업의 국내 진입이 어려워지고그 결과 국내 연구 환경은 세계적 수준의 기술 인프라에서 점점 더 멀어지게 됩니다.

 

민원이 발생하거나 향후 논란이 벌어진 것을 우려한 나머지 안전이라는 표면적인 이유를 내세워 하지 못하게 합시다라는 소극적인 자세를 가질 것이 아니라, “이걸 어떻게 잘 사용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우리가 지금 마주하고 있는 실제 장벽부터 돌아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유전체 데이터를 안전하게 비식별 처리하고도 공유하지 못하는 상황이 있습니다. 기관마다 해석이 달라 등록조차 막히고, 데이터를 연동해보려 해도 기술적으로는 가능한데 제도적으로는 할 수 없는 구조에 부딪힙니다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모든 분야에 동일한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에 따라 구분된 설계와 단계별 적용 기준입니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 막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열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설계의 전환입니다.

 

K-BDS 플랫폼은 단순한 정보화 시스템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미래 과학, 산업, 보건의료를 위한 공공 자산이 담겨 있습니다. 그렇기에 더 많은 연구자와 기관이 데이터를 활용하고, 함께 협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연구 중심 플랫폼은 연구의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설계란 단지 기술적인 구조만이 아니라, 연구의 흐름에 맞는 제도, 절차, 규칙의 틀을 새롭게 정비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는 이제 규제가 아닌 설계를 통해, 진짜 혁신을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 작성자윤병하
  • 작성일2025-04-28
  • 조회수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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